2002년 5월 충무공 이순신함을 시작으로 모두 6척이 실전 배치된 이순신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미 여러차례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적인 문제점, 즉 건조 계획상의 난항과 운용 중의 애로사항, 그리고 건조 초기부터 가장 큰 논쟁점이었던 대공전 시스템의 성능부족 문제 등은 근래에 들어서야 관련된 보고서와 운용 평가자료가 조금씩 공개되는 단계이다. 지금부터 단순한 설명단계를 넘어, 이순신급을 실제 운용하고 있는 해군과 관련자들의 견해와 함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이었던 이순신급의 대공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수행해보고자 한다.

 

 이순신급 구축함의 ‘장점과 단점’ 사진으로 알아보기

 美이지스 구축함 DDG-90 ‘채피’ 사진으로 자세히보기

 세계 최신 ‘함대공 시스템’ 발전추세 알아보기

 함포중심 대공전 위한 ‘차기탄약체계’ 알아보기

 한국해군 FFX 전투함 설계의 ‘당위성’ 알아보기

 해군 ‘차기구축함’ 계획은 가능할 것인가?

 ‘450km밖 적기 격추가능’ 최신 함대공 체계

 

첫 번째, 이순신급 구축함의 기본평론
 이순신급 구축함 설계는 기본적으로 KD-1의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새로운 장비나 기타 무장들도 적지 않게 반영되었으나, 기관부와 주요센서 등 상당부분은 광개토대왕급과 동일한 장비를 다시 채용했으며 광개토대왕함의 운용과정에서 노출된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들도 반영되었다. 광개토대왕급은 대우조선해양이, 이순신급은 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했음에도 양자의 체계가 유사한 것은 기본적으로 해군이 광개토대왕급을 바탕으로 한 확대발전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 어떠한 부분이 달라졌는가?
 한국해군의 림팩(RIMPAC) 훈련 경험을 바탕으로 항양성을 위시한 전반적인 작전성능과 무장 탑재능력의 확장, 향후 개량을 위한 설계 여유 등을 고려한 결과, 이순신급의 선체는 3,800t급에서 5,500t급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확장된 선체와 동일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일반장비는 광개토대왕급의 73종에서 65종으로 간략화 되었으나, 함정에 적용된 개별 무기체계는 25종에서 40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순신급의 조기 건조와 대량 획득으로 인해, 광개토대왕급은 사업 초기부터 주력함으로 기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와 달리 포항급 이전에 건조되어 포항급에 적용될 기술을 사전에 입증했던 동해급과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 대우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이순신급 구축함. 함 자체는 매우 우수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계획진행으로 그 특성이 분명하지 않은 과도기적 전투함이 되어버렸다.

 

◆ 이순신급 설계의 우수성
 광개토대왕급은 업체 주도 하에 선체를 7도 각도로 기울이는 시험적인 스텔스 개념이 일부 적용되었으나, 이는 본격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적용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해외해군의 사례를 단순히 참조해 모방한 것이어서 실질적인 스텔스 효과는 미미했다. 이와 달리 이순신급은 본격적인 통합 RCS 체적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스텔스 설계가 진행되었다. 레이더 신호감소를 위한 형상설계는 독일 IABG의 기술을 바탕으로 진행되었으며, 영국의 BAE의 자문을 거쳐 다듬어 졌고, 미국의 JJMA(현Alion사)가 감수를 담당했다.

 

 외형은 가급적 경사가 적용된 평면으로 설계되었으며, 선체 상부구조물 전반의 형상도 전파 반사율을 낮추도록 다듬어졌다. 선체 상부로 돌출된 함포 역시 스텔스 카울이 적용되었으며, 마스트 역시 구조 강도가 강한 트러스식 대신 스텔스 설계에 유리한 빔 형태로 변경되었고 주요 구획에는 전파흡수재가 적용되기도 했다. 그 결과, 이순신급은 이상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스텔스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1,200t급 코르벳’과 비슷하거나 더 작은 표적으로 포착될 만큼 높은 스텔스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적외선 스텔스 부문에서는 온도가 낮은 외기를 강제로 배기와 혼합 배출하도록 하는 캐나다 DAVIS사의 IRSS(IR Signature Suppression)를 설치해, 열에너지 복사율이 높은 연돌의 적외선 신호를 최대한 억제했다. 이런 IR 스텔스 설계는 적외선 대수상 탐지수단은 물론, 최종돌입수단으로 IR 시커를 사용하는 상당수의 대함 미사일에 대응하는 데에도 유효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반대로 수중방사소음신호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문제가 있었다. 이순신급은 추진계에 진동저감을 위한 ‘탄성 마운트’를 국내 최초로 적용해 소음과 진동을 극적으로 억제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해군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규격의 탄성마운트가 국산화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 진행 시기에는 한국해군의 요구 자체가 잦은 번복과 명확하지 않은 진행과정으로 인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업체는 해군의 수중방사소음신호 관련 요구사항을 단순한 건의수준으로 받아들여 실제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았으며, 그 결과 해군이 높은 소음을 문제 삼아 한동안 함의 수령을 한동안 거부하는 사태까지 일어났었다.

 

▲ 이순신급 구축함에 MTU 디젤엔진 모듈이 장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모든 엔진모듈은 진동과 소음을 차단하는 방진체이스 내부에 조립되어 있지만, 상당한 진동이 발생하므로 엔진모듈 주변에 ‘탄성 마운트’가 적용된다.

 

 결국 시행착오 끝에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예산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장점도 많았다. 우수한 선형설계를 도입한 결과 이순신급의 실제 최고속도는 알려진 데이터 보다 수 kt 가량 빠르며, 광개토대왕급에 비해 확장된 내부 공간으로 인해 엔진 구조물 및 보기장비의 접근성이 좋아져 신뢰성과 정비성도 크게 향상돼 운용병력들에 의한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두 번째, 이순신급에 대한 내부비판
 이순신급 구축함은 거의 모든 측면에서 광개토대왕급에 비해 우수한 현대적인 전투함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관계자들의 평가가 마냥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해군 내에서도 “이순신급은 광개토대왕급의 운용 결과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조속한 추진만을 추구해, 광개토대왕급보다 1,000톤 정도 크기를 증가하고 일부 무기체계만 보강되었을 뿐 임무의 구분도 명확치 않다.” 라는 의견이 공공연히 재기되곤 했다.

 

 해양전략가인 강영오 전 제독은 공개적인 저술을 통해 “호위함(FF)이 건조되는 가운데 새로 부임한 참모총장은 난데없이 초계함(PC)을 양산하였고, 3200톤급 유도구축함(DDG)이 건조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 부임한 참모총장은 4,500톤급 유도구축함(DDG)을 내세웠으며, 또다시 새로 부임한 참모총장은 7,000톤급 이지스 체계 유도구축함에 대한 확보계획을 추진하려 했다.” 며 뚜렷한 맥락 없이 계속해서 변경되는 조령모개(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바꾼다는 뜻)식 건함계획 자체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건함계획이나 함의 건조 개념 못지 않게, 이순신급의 고질적 문제점인 방공능력에 대한 지적도 군 내외를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재기되었다. 이 문제는 심지어 국정감사에서조차 연속적으로 거론되곤 했다.

 

◆ 문제의 출발점
 이순신급 사업이 종결된 이후, 해군 내부에서는 이순신급 획득 사업 자체가 조기 추진되면서 예산과 시간의 압박을 받았고, 그 결과 혁신적인 장비나 개념을 대거 적용하기에는 시간과 예산의 여유가 너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재기됐다. 당시 해군의 주력함이었던 기어링급 구축함이 심각한 노후화를 이유로 2000년 12월까지 완전히 퇴역함에 따라,  그 공백을 메꿀 이순신급의 배치가 가급적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었다.

 

▲ 한국해군 최초의 대양형 작전함인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양만춘. 이순신급은 광개토대왕급의 확대발전형 전투함이며, 광개토대왕급의 건조는 3척으로 종료되어 일종의 기술시험형 전투함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 광개토대왕급의 후속으로 기획되었던 이순신급가 조기 추진되었다. 초도함의 건조를 담당한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1월 철강 절단에 착수했으며, 2002년 5월에 충무공 이순신함으로 명명된 초도함을 진수하였다. 초도함인 이순신함은 광개토대왕함과 유사한 1년 6개월여의 시운전 및 품질보증기간을 거쳐 2003년 11월 해군에 인도되었다. 광개토대왕급의 급속 건조로 인해 그다지 특이한 사례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초도함이 장기간의 시험과 품질보증과정을 거치는 해외의 초도함 진수 취역 사례에 비한다면 단순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기어링급의 급속 퇴역으로 인해 발생한 구축함 전력의 공백 보완도 문제가 됐다. 해군은 최대한 빠른 건함을 요구했고, 그 결과 2번함인 문무대왕함은 2003년 4월에 진수되었고, 3번함 대조영은 같은 해 11월에 진수되었다. 그리고 양함은 각각 2004년 8월과 2005년 6월에 각각 해군 측에 인도되었다. 그 결과, 초도함에서 얻어진 문제해결 노하우가 후속함에 반영될 시간이 없었고, 덕분에 1~3번함이 거의 동일한 문제점이 발생해 차후 이를 수정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당연히 장비 선정 과정에서도 충분한 여유가 없었고, 이로 인해 광개토대왕급에서 이미 운용성이 입증된 장비들이 그대로 적용되곤 했다.

 

▲ 이동형 도크에 실린 채 진수를 준비중인 이순신급 대조영함의 모습이다. 너무 빠른 건조 페이스로 인해 초도함의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결과가 일부 나타나기도 했다.

 

 1998년에 결정된 주요 전투체계와 무장 등은 총 19종 가량으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광개토대왕급과 동일하거나 그 성능이나 역할이 유사한 교체장비가 각각 9종과 5종이었고 이순신급에 신규 채용된 장비는 6종에 불과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대공 전투의 핵심인 MW-08 3차원 탐색 레이더를 그대로 채용한 것이었다. 가용 예산의 제한과 당시 해외 시장에서 구입 및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레이더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MW-08 레이더가 이순신급의 대공전투능력 전반의 효율을 상당부분 저하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의 조기 추진으로 인한 예산과 시간의 제한과, 이로 인한 본격적인 3차원 탐색 레이더의 도입과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세 번째, 이순신급 대공전 시스템의 실제 운용성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은 RIM-7P 시스패로 함대공 미사일을 이용한 점방어체계를 127mm 함포의 대공사격과, 골키퍼 CIWS로 보완하는 2단 방공구조를 구성하였다. 이는 80~90년대를 기준으로 범용 프리깃의 표준 방공무장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함포 기반 대공전을 전적으로 의존하던 기존의 해군 전투함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진일보한 것이었다. 그러나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사용한 기본적인 점 방어능력은 ‘자함을 향하는 공격에 대응하는 것’에 그 능력이 한정되어, 운용의 폭이 극히 좁았다.

 

▲ 127mm 함포에 적용되는 표준형 포탄과 함께, 왼쪽의 것이 근접신관의 모습이다. 광개토대왕급의 경우에는 분당 45발의 발사속도를 자랑하는 오토메랄라 함포를 채용해 대공전에 대한 대응이 어느정도 가능하나, 이순신급은 발사속도가 분당 20발 이하에 불과해 사실상 대공전 사용에 한계가 많다.

 

 따라서 해군은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에서 SM-2 MR block 3A와 RIM-116 RAM 블록 1 SAAM, 그리고 127mm 함포와 골키퍼 CIWS 등 복수의 신형무장으로 광역방어와 지역방어, 점방어 및 근접방어로 구성되는 ‘다층 대공방어(Layed Air Defense)체계’를 구축해 광개토대왕급의 작전적 한계를 극복했다.

 

◆ 이순신급의 SM-2 MR 함대공 미사일의 의미
 이순신급에 장착된 SM-2 MR이 흔히 ‘함대방공’ 즉 지역방어용으로 언급되곤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방어 상황에서의 미사일 요격 보다는 광역방어에 입각한 ‘접근거부’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이순신급은 최대 탐지거리가 450km에 달하며, 사용상의 제약은 많지만 ‘OTH 모드’로 초수평선 탐지가 가능한 SPS-49 2차원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접근중인 초계기나 전투기를 원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표적이 180km 이내까지 진입하면, 미사일 유도 및 화력관제 임무를 겸하는 STIR-240 조사레이더가 표적이 포착된 방위를 수직으로 탐사해 표적의 고도정보를 얻고, 이를 조합해 표적의 거리, 방위, 고도, 즉 3차원 표적 정보를 획득한다. 이후 표적이 적성 위협 표적으로 규정되면, STIR-240 레이더가 표적에 고정돼 표적의 정보를 추적한다. 이어 미사일 공격을 준비하고, 최대사거리 167km, 최대고도 19.8km에 달하는 장사정 SM-2 MR block 3A를 유도해 표적을 공격한다.

 

▲ 이순신급 문무대왕함에서 발사되고 있는 SM-2 MR 스탠다드 대공미사일. 램팩의 테스트를 통해 113km, 30km에 위치한 대공표적 요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림팩 2004 훈련에 참가한 충무공 이순신 함은 7월 31일에 113km 떨어진 표적을 요격해 원거리 교전능력을 입증했다. 당시 항공기를 상정한 모의 표적은 RCS가 4㎡, 속도는 마하 0.68이었다. 물론, 적의 초계기나 전투기는 STIR-240 조사레이더가 작동되는 순간 RWR(레이더 위협경보기)를 통해 자신이 조준당하는 것을 알게 되므로, 고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간단히 SM-2를 회피하거나 요격을 저지할 수가 있다. 그러나 회피를 위해 고도를 낮출 경우 이순신급이 소속된 함대에 대한 정찰이나 공격임무를 효과적으로 수집하지 못하게 되는 만큼, 이순신급의 입장에서는 작전적 여유를 확보할 수가 있게 된다.

 

 림팩을 통해 입증된 성능을 기준으로 하면, 113km 가량 떨어진 표적이 충무공 이순신함의 광역 방공망에 요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도를 510m이하로 고정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오는데, 이정도 고도라면 항공기는 뚜렷한 전술행동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지역방어 능력의 문제점
 ‘지역방어’는 광역방어의 하위 개념으로, 항공기나 대함미사일이 자함을 포함한 아군 전단의 방공영역 내에 침투했을 경우, 자함 외에 우군 전투함의 방공영역 밖에서 실시하는 대공임무를 의미한다. 지역방어망 내로 침투한 표적은 함정의 직접 방어 영역인 점방어-혹은 개함 방어영역으로 접근하는 만큼, 지역방어 영역에서 최대 다수의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은 3차원 탐색 레이더의 성능 부족으로 인해 지역 방어능력, 특히 현대적인 전장에서 필수적으로 지적되는 동시 다목표 교전 능력이 제한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단 지역방어의 영역은 표적의 고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20m이상의 높이에 레이더를 장착한 전투함은 항공기나 미사일이 레이더 탐지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150m(500ft)이상 고도를 올릴 경우 70km 너머부터 탐지할 수가 있다. 하지만 정밀한 고도계를 갖춘 시스키밍 대함미사일이 10m이하의 고도로 접근한다면 33km이내에서 겨우 탐지가 시작된다. 업체나 전문지의 정보에 기준하면, 충무공 이순신급에 탑재된 MW-08 3차원 탐지레이더는 RCS가 0.1㎡(대함미사일급 표적)인 표적을 27km에서, 1㎡(F-16급)의 표적은 65km에서부터 탐지가 가능하다.

 

▲ 이순신급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는 MW-08 3차원 대공레이더. MW-08 3차원 탐지레이더는 RCS가 0.1㎡(대함미사일급)인 표적을 27km에서, 1㎡(F-16급)의 표적은 65km에서부터 탐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탐지확률 50%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표적 탐지확률을 80%로 설정할 경우, 0.1㎡의 표적은 17km, 1㎡의 표적은 27km부터 겨우 탐지할 수가 있다. 물론 보다 큰 표적은 출력이 허용하는 한 더 먼 곳에서 탐지할 수 있지만, 저출력 저성능의 레이더이므로 복잡한 전자전 상황 하에서 장거리 표적에 의미있는 탐지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역방어 영역에서 MW-08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며, 이순신급은 광역방공임무 수행시와 같은 느리고 복잡한 방법을 통해 지역방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 이순신급의 점방어 능력은?
 일반적으로 ‘개함방공’으로 알려진 점방어는 대함 공격임무를 수행하는 공격기나 대함미사일 등이 확실히 각각의 전투함을 개별적인 표적으로 인식하고 돌입하는 영역에서의 방공임무를 의미한다. MW-08도 그나마 30km이내의 점방어 영역에서는 방위와 거리, 고도정보를 일괄해 갱신해 줄 수가 있으므로, STIR-240 조사레이더는 표적의 고도를 탐지하는 임무에서 벗어나 표적추적과 미사일의 유도를 전담하게 되어 전반적인 요격의 효율이 상승하게 된다.

 

 이순신급 구축함은 ‘OT-134A지시기’ 2대를 탑재해 SM-2 MR block 3A에 3차원 탐색 레이더의 정보를 바탕으로 한 중간 수정지령을 업링크 할 수 있다. 따라서 STIR-240은 미사일 발사 이전부터 명중 직전까지 업링크를 위한 고도정보 획득을 위해 하나의 표적에 묶이는 대신, SM-2와 표적이 유도범위 이내로 들어간 뒤에만 표적을 향해 조사를 실시한 이후, 명중 후 격파판정을 수행하게 되어 표적 하나의 요격과정을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때문에 이순신급은 2기의 STIR-240 조사레이더 만으로도 연속적인 복수목표 요격이 가능해져, 동시에 동일좌표로 다가오는 아음속 표적이라면 4개 이상을 연속적으로 교전할 수가 있다. 실제 테스트도 진행되어 충무공 이순신함은 림팩 2004에서 두 발의 실사 훈련용 표적기 가운데 하나를 30km 이내에서 할당해, MW-08을 사용한 근거리 요격능력을 입증하기도 하였다.

 

네 번째, 이순신급 대공전 능력의 한계
 이순신급은 나름대로 다층방어시스템이란 우수한 개념을 채용하고, 대공위협을 평가하고 교전순서를 설정하는 ‘WDS Mk 14 스케줄러’의 소프트웨어를 개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인근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초음속 대함미사일과 같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미 해군에서는 러시아의 강력한 초음속 대함미사일에 대응하고자 통상형 함의 대부분을 퇴역시키고 이지스시스템을 기본 전투시스템으로 채용했고, 유럽 역시 위상배열형 레이더를 근반으로 구축함을 표준형 방공함으로 삼고 있다.

 

▲ 이순신급의 통상적인 무장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과도적인 시기에 등장한 이순신급은 등장과 동시에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형 해군의 함정과 비교해 개념적으로 약 10~15년 정도 뒤쳐진 전투함이 되어버렸고, 특히 지역방어와 초음속 대함미사일 대응부문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 주변국 위협의 강화
 일본은 이미 독자 개발한 1,700발의 공대함 미사일과 1,200발의 함대함 미사일을 일선에 배치한 상태에서, 현재 XASM-3과 XSSM-2라 불리는 공대함/함대함 초음속 대함미사일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각각 240~320발이 2015년까지 일선에 배치될 예정이다. 본 미사일들은 인테그럴 로켓-램제트(약칭 IRR) 엔진을 사용하며, 12m이하의 순항고도에서 마하 2 이상의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일본 공중자위대 F-2 전투기에 탑재된 XASM-3와 초음속 공대함미사일. 2015년까지 일선에 상당수가 배치될 계획이며 12m이하의 순항고도에서 마하 2 이상의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제 하푼에 근접하는 신형 C802 대함미사일을 1,500발 가량 생산하고, 2015년까지 1,000발을 추가 생산해 기존의 구형 대함 미사일을 대체할 예정이며, 최종적으로 5,000발 내외의 현대적인 아음속 대함 미사일을 장비할 전망이다. 더욱이 러시아에서 소브레멘니급 구축함과 3M80E 모스킷 초음속 함대함 미사일과 그 개량형을 도입했으며, 독자적으로도 YJ-91 과 YJ-12 등 새로운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DF 시리즈의 중거리 탄도탄을 바탕으로 초장거리에서 초고속으로 전투함을 공격하는 ‘대함 탄도탄 개념’까지 연구하고 있다.

 

▲ 중국해군 소브레멘니급 구축함에서 발사되고 있는 3M80E 모스킷 초음속 함대함이다. 마하 2이상의 종말속도와 함께, 고기동 능력, 저고도 접근능력을 갖춰 현존하는 이순신급의 대공전 시스템으로 대응이 매우 어렵다.

 

◆ 이순신급 대공레이더의 한계성
 이순신급이 탑재하고 있는 SM-2MR의 능력 자체는 그다지 부족하지 않다. 실제로 이 미사일은 미 해군이 동원하고 있는 Vandal이나 MA-31, GQM-163 코요테 등의 다양한 초음속 대함미사일 표적 요격시험에 동원되고 있으며, 전반적인 명중률도 매우 높은 편이다. 문제는 역시 센서, 특히 한계가 뚜렷한 3차원 탐지 레이더이다.

 

 이순신급의 MW-08은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장착된 만큼,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27km범위에서부터 대함미사일과 같은 표적을 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탐지와 동시에 추적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추적을 위해서는 일단 최초의 탐지를 통해 표적의 존재를 확인한 후, 2회의 추가적 탐지로 속도와 이동경로를 파악해야 한다. 즉 표적의 추적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3회의 탐지가 실시되어야 한다. 기계적으로 계산할 경우, 27rpm의 MW-08 대공레이더가 탐지한 표적을 추적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6.7초이다. 그리고 만일 ‘레이더가 한차례 탐지를 마친 시점’에서 미사일이 돌입한다면 여기에 2초의 시간이 다시 추가된다.

 

▲ 미해군의 QGM-163A 코요테이다. 3M80E 모스킷, 야혼트, 클럽과 같은 러시아제 고기동 초음속 대함미사일의 기동궤적을 그대로 묘사하고자 개발되었다. 덕분에 15m이하의 초저공비행, 최대 마하 2.8의 속도와 10G의 기동력, 110km에 이르는 사거리를 가지고 있다.

 

 시속 900km/h 전후의 아음속 대함미사일이라면 6.7초의 시간동안 1.67km가량을 접근하지만, 마하 2의 초음속 대함 미사일이라면 4.6km가량을 이동하게 된다. 즉, 30km에서 운 좋게 최초로 탐지를 수행한다 해도 추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이미 25.4km 까지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 이순신급의 교전 스케줄
 초음속 대함미사일의 탐지 이후,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의 방공체계가 이지스급 반응속도를 발휘한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그보다 분명히 느릴 것이다) 표적 추적정보를 바탕으로 위협을 상정하고, 교전계획을 작성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는 거의 10초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즉 함대공 미사일이 발사된 시점에서 아음속 미사일이라면 아직 25.8km거리에서 비행하고 있겠지만, 초음속 미사일은 18.6km까지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적의 공격 예정을 파악하고 대공전투를 완전 자동 상태로 가동하였을 때를 상정한 것이며, 인간의 결정과정(보고, 지시, 하달, 조작 등)이 포함될 경우 이 대응시간은 훨씬 더 늘어난다. 한편, 방공체계의 지시에 따라 발사된 함대공 미사일은 10초 내에 표적의 과거 위치에 도달하지만, 그만큼 미사일은 추가로 접근하게 되므로 아음속의 경우 대략 24km에서, 초음속의 경우 16km내에서 요격이 시작된다.

 

 이순신급은 이후 다시 각 표적에 STIR-240을 사용해 격파 판정을 실시하는데, 2004년 림팩 당시의 보도자료를 기준으로 할 경우 여기에 다시 3초가 소요된다. 격파되지 않은 표적은 다시 추적해 재공격을 시도하고, 표적의 격파가 확인되었을 경우, 다음표적을 추적하는 것이다. 아음속 미사일의 경우 격파판정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21km까지 접근하므로 이후 표적에 대한 공격을 시도할 수가 있는 반면, 초음속 미사일은 다시 2km를 잠식해 12km지점에 위치한다.

 

▲ DDH-979 강감찬함이다. DDH-978함부터 Mk.41 수직발사장비부가 개량되어, 추가로 한국형 순항미사일과 홍상어 대잠로켓을 장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최초탐지와 달리 사전에 표적을 탐지하고 있으므로 이후 가동시간은 이전의 요격과정에 비해 크게 단축되겠지만, 이 시점에서 초음속 미사일은 17초 내에 함에 명중하게 되므로 추가요격이 가능한 아음속 표적과 달리,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대상으로는 사실상 요격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즉 이순신급의 SM-2 함대공 미사일 체계는 이상적인 상황에서도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상대로 겨우 1회(2발)의 교전이 가능할 뿐이며, 그것도 모든 환경과 준비가 이상적인 경우를 상정한 것이므로 실질적인 성능은 이보다 더 열약할 가능성도 있다.

 

 덧붙여 경로점(Way-Point)기능을 이용해 상이한 각도에서 대함미사일을 동시에 돌입시키는 전술도 치명적이다. 이 경우 이순신급은 유도를 담당하는 STIR240을 선회시켜 대응해야 하는데, STIR-240 조사레이더의 선회속도가 초당 130도이므로,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는 초음속 미사일과 교전해야 할 경우 STIR240은 하나의 표적을 탐지하고 선회할 때 마다 1초 이상의 시간과 700m의 여유 간격을 추가로 소모해야 된다. 이는 아음속 혹은 초음속 대함미사일과 교묘한 공격계획이 조합된다면, 소수의 대함미사일로도 충무공 이순신 급의 자체 방어력을 크게 절하, 혹은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섯 번째, 구세주가 되지 못하는 세종대왕급
 위의 문제점은 한국해군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를 이지스 방공체계를 탑재한 세종대왕급의 주요 존재 및 건조 이유로 삼기도 하였다. 하지만 세종대왕급과 같은 이지스 방공함을 사용한 엄호도 그다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세종대왕급의 초음속 대함미사일 대응능력
 세종대왕급에 탑재된 이지스 시스템은 강력한 동시 다목표 교전능력과 고속 표적 대응 능력을 자랑하며, 이를 80년대부터 계속된 수십 회의 초음속 표적기 요격시험을 통해 실증하기도 했다. 다만 대함미사일의 고도가 12m내외일 때, 레이더의 높이가 낮은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의 초도 탐지범위는 27km이내에 불과하다. 물론 반응속도가 빠르며 동시 다목표 능력을 지닌 이지스 구축함은 이 거리에서도 충분히 초음속 표적에 대응할 수가 있다. 그러나 초음속 대함미사일에게서 ‘자함(自艦)’이 아닌 주변의 아군함, 즉 ‘타함(他艦)’을 지켜야 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지스 구축함이 16km 가량의 구역 방어임무를 담당할 경우, 바꿔 말해 보호해야 할 전투함과 16km가량 이격되어 있다면, SM-2 MR 미사일을 기준으로 대함미사일의 속도가 아음속일 때에도 타함을 보호하는 경우 한 번의 요격기회와 약간의 여유를 보장할 수 있을 뿐이다. 대함미사일의 속도가 마하 1.3이상이 될 경우 16km 구역방공은 불가능해지며, 대함미사일의 속도가 마하 2.0까지 올라간다면 이지스 구축함이 구역방공을 제공할 수 있는 범위는 10km이하로 제한된다.

 

 또한 10km이내라 하더라도 이지스 구축함이 제공할 수 있는 구역방공은 많아야 1회로 제한된다. 이 영역 내에서 이지스 구축함의 동시 다목표 교전능력을 상회하는 대함미사일 공격이 집중될 경우, 남은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피보호함의 자체적인 방공능력으로 극복해야만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피보호함은 이순신급 구축함이며, 당연히 이순신급의 방공능력은 그리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즉 이순신급의 방공능력 문제는 세종대왕급의 건조만으로 해결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유럽 해양선진국의 움직임
 이지스 구축함을 범용함처럼 사용하는 미국은 상기의 문제에 해당되지 않으며, 실제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반대로  유럽의 해양선진국들은 순항미사일 및 초음속 대함 미사일의 확산을 감안해 방공함이 아닌 주력 범용함에도 동시 다목표 대응능력을 부여하고, 초음속 대함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고기동 정밀 함대공 미사일을 장착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브레멘급 프리깃을 대체할 독일의 차세대 범용함인 ‘F125급’은 이미 작센급 APAR 방공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APAR 시스템을 장착함과 동시에, 점방어용 ESSM 미사일과 구역 방어용 SM-2 MR block 3A 미사일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공통 범용함인 FREMM 가운데 일부함정에 ‘헤라클레스 위상배열레이더’를 장착해 원거리 교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부에는 아예 호라이즌 방공함에 사용되는 EMPAR와 구역방어용 함대공 미사일인 ASTER 30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사례에 비교할 때, 이미 광역방공 능력을 보유한 이순신함에 적절한 위상배열레이더와 전투체계를 부여해 대공능력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은 중복투자가 아닌 현실적인 소요에 따른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독일의 차세대 범용함인 ‘F125급’은 이미 작센급 APAR 방공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APAR 시스템을 장착함과 동시에, 점방어용 ESSM 미사일과 구역 방어용 SM-2 MR block 3A 미사일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리하며...
 위에서 언급된 이순신급에 대한 분석과 개량점에 대한 논의는 해군의 관련 논문집과 내부의 여러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즉 한국해군도 위의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한국해군의 고질병, 즉 윗분이 세종대왕급의 대형함정을 한 번 편애하면, 본 함정의 건조에 방해가 되는 모든 종류의 개량 및 신규장비의 도입은 언급조차 못하게 묵살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한다.

 

 이는 불필요한 잡음발생을 원하지 않는 면도 있겠고, 가능하면 보다 우수한 대형전투함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기도하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해군이 국력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사치를 부리려 한다.’라는 불만을 토로하지만, 해군 상층부이던 민간인 매니아이던 간에 대부분 중후장대형 대형 전투함을 선호하는 편이므로, 균형론은 언제나 묻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한국해군도 현실을 인식, 세종대왕급 5척을 확보한 이후라는 절대논제를 달고 있지만 보다 강력한 위상배열형 레이더시스템을 장착을 통한 개량 혹은, 새로운 차기 구축함이라 호칭되는 함정체계에 대한 개념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순신급 구축함의 ‘장점과 단점’ 사진으로 알아보기

 美이지스 구축함 DDG-90 ‘채피’ 사진으로 자세히보기

 세계 최신 ‘함대공 시스템’ 발전추세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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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 ‘차기구축함’ 계획은 가능할 것인가?

 ‘450km밖 적기 격추가능’ 최신 함대공 체계

 

기사제공= 월간 밀리터리 리뷰 2009년 2월호 / 글 정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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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밀리터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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