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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31 ‘에어버스에 밀린 보잉’ 美차세대 급유기 미래는?

▲ 미군의 신형 공중급유기, KC-45A의 베이스가 되는 에어버스 A330 MRTT의 CG. 이 CG는 최근 납품된 오스트레일리아 공군의 마킹을 하고 있다.

 

에어버스, 미 차세대 공중급유기 사업승리

 미국 군용기 시장이 점점 변화의 물결을 겪고있다. 헬리콥터 부분에서는 유로콥터의 기종이 미 육군의 경량 다목적 헬기는 물론 대통령 전용 헬기까지 차지하는 이변을 보이더니, 급기야 공중급유기까지 에어버스가 차지하는 이변을 낳은 것이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 다른 곳도 아닌 미 공군에게 유럽에서 개발한 공중급유기를 선택하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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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많이 쓰이는 공중급유기는 바로 미 공군의 KC-135시리즈다. 분명 공중급유기의 걸작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너무 오래 사용했다. 사실상 1957년부터 쓰였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몇 차례나 개량과 수명연장 작업을 거쳤지만, 마지막으로 미 공군에 도입된 KC-135도 1965년제이니 44년이나 됐다. 게다가 미 공군의 공중급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비행시간도 원래 예상의 두 배나 되고, 또 노후 기체인 만큼 유지비용도 엄청나게 늘었다. 1993년부터 2003년 사이에 KC-135계열 기체의 유지비용은 무려 두 배나 늘어났으니, 이걸 KC-135의 수명 한계로 예상되는 2040년대까지 쓴다면 얼마나 뛰어오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이렇게 되면 80년이나 KC-135를 굴리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 공군이 KC-135시리즈 중 가장 오래된 것들부터 차츰 차세대 신예기로 대체하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실 미 공군은 KC-135와 마찬가지로 보잉에서 만들어진 KC-767을 도입할 생각이었다. 여객기인 보잉767을 개조한 KC-767은 KC-135보다 급유량, 항속거리, 유지비등 어느 부분으로 보나 나았고, 미 공군은 20대를 보잉에서 리스하고 80대를 구입하는 식으로 100대를 도입하려고 했었다. 이때 에어버스도 A310여객기를 개조한 공중급유기를 미 공군에 제안했지만, 많은 이들이 미국 토종 메이커인 보잉의 KC-767의 승리를 당연하게 예상했다.

 

▲ 미국의 KC-135R/T. 1957년 처음 등장한 역전의 노장으로 가장 늦게 납품된 기체도 1960년대 중반에 완성됐을 전도로 오래된 기체이다. 하지만 지금도 활약 중인데, 미 공군은 부품의 상당수를 여객기인 보잉707과 공유하는 KC-135를 유지하기 위해 방대한 숫자의 중고 보잉707을 부품수급용으로 세계 각국에서 수입해 가지고 있을 정도다. 이번에 도입될 KC-45A는 이들 KC-135E형을 대체할 예정이다.

 

 그러나 2004년에 아무도 예상 못한 사건이 터졌다. 문자 그대로 ‘군납비리’였다. 공군의 고위 군무원(민간인)이 보잉 측에 공중급유기 입찰에 대한 내부 정보(특히 에어버스측이 제시한 가격정보 같은…)를 넘긴 것이다. 이 군무원은 그 댓가로 공군에서 퇴직한 뒤 보잉의 부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이 문제가 덜미를 잡혀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말썽이 생기자 KC-767 도입계획은 2005년에 취소됐다. 하지만 KC-135시리즈는 날이 갈수록 ‘늙어’갔고, 그 중 상당수 기체는 도저히 버티기 힘든 지경에까지 도달했다. 결국 새로운 차세대 급유기 계획인 KC-X 사업이 재개됐다.

 

 여기에 보잉은 이미 완성되고 일본이나 이탈리아에서 채용(일본의 경우 2001년에 구입 결정. 실제 기체 도착은 2008년에 이뤄짐)까지 된 KC-767을 계속 밀었지만, 에어버스가 새로운 카드를 꺼낸다. 보다 대형기종인 A330여객기를 기초로 만든 KC-30을 내민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국 기업인 노스롭-그루먼과 손잡고 미국 공장까지 짓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에서 만든 기체가 아니면 채용 안한다’는 미국 정부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게 했다(현재 계획으로는 기체의 50%가 미국에서 제작될 예정이다. 참고로 보잉의 KC-767도 부품의 20%는 이탈리아와 일본에서 제작되므로 ‘순수한 미국제’는 아니다). 보잉은 아무리 에어버스가 새 기체를 내세워도 KC-767의 승리는 분명하다고 자신했다. 설마 유럽 기체를 미 공군이 채용할까? 하지만 이번에도 말 그대로 ‘뒤통수를 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요구가 바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 공군의 요구가 바뀐 것이 심각한 문제였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는 ‘크기’ 였다. KC-767의 베이스가 되는 보잉767은 항공업계에서 ‘세미와이드 바디’로 불리는 기종이다. 여객기 형태일 경우 내부에 복도가 두 줄이 있으니 보잉707이나 737같은 ‘내로우’ 바디, 즉 내부에 복도가 하나뿐인 좁은 동체의 기체보다는 분명 폭이 넓지만 항공기용 LD3컨테이너를 화물칸에 두 줄로 탑재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 2008년 2월 자위대에 납품된 KC-767 공중급유기. KC-767도 공중급유기로서의 성능은 우수하기만, A330 MRTT쪽이 더 많은 수송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결국 미 공군의 차세대 공중급유기 사업에서 고배를 마시고 만다.

 

 물론 공중급유기는 여객기 같으면 화물칸으로 쓸 좌석 아래의 공간이 급유용 연료 적재공간인데다 LD3는 민수용이니 미 공군과는 별 관계가 없다. 그러나 KC-135도 원래 여객기같으면 좌석으로 쓸 공간이 화물 탑재공간(필요하면 인원 수송도 가능)으로 활용되어 수송 임무에도 쓰이는 만큼 수송능력이라는 부분은 무시할 수 없다. KC-767의 경우 미 공군 표준의 화물 적재 팔레트 19장이 적재되니 6장밖에 못 싣는 KC-135보다는 분명 압도적으로 수송능력이 좋지만, 문제는 경쟁자인 KC-30은 기체 폭이 더 넓어 무려 32장이나 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연료 적재량도 KC-30이 유리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공중급유기라는 본래 목적만 보자면 굳이 KC-30까지 필요할 턱이 없다는 것이 보잉의 의견이었다. 원래 KC-135도 공중급유기 겸 수송기이지만, 어디까지나 ‘급유도 하지만 부업으로 수송도 하는’정도가 공중급유기에 요구되는 수준이었고 그것을 계승하는 수준이라면 KC-767도 충분하다. 게다가 KC-30에 비해 비교적 작은 KC-767은 보다 많은 기지들에서 쉽게 운용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라는 것이 보잉의 주장이기도 했다.

 

▲ 위 그림을 보면 공중급유기의 크기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KC-135와 KC-767, KC-30의 크기 차이는 분명하다. KC-767과 비교할 경우 KC-30(A330 MRTT)는 거의 10m나 더 길고, 동체 폭도 크기 때문에 화물 운반능력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물론 보잉측에서는 ‘KC-30은 공간은 넓지만 내구성은 KC-767보다 못할 가능성이 있다’라든가 ‘어차피 공중급유 임무 한번에 공급하는 연료의 양은 6만 파운드가 평균인데 그 네 배나 되는 양을 실어 나르는 KC-30은 낭비일 뿐이다’, ‘기존의 KC-135보다 지나치게 큰 KC-30을 운용하려면 기존의 격납고 등 여러 부분을 새로 고쳐야 한다’등등의 주장을 내세우며 KC-30의 채택을 무산시키려 했지만, 결국 KC-30이 KC-45A라는 이름으로 2008년 2월에 정식 채용됐다.

 

 처음에는 미 공군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도중에 환경이 바뀌었다. 원래 미 공군은 C-17수송기를 추가로 도입할 생각이었지만 의회에서 예산이 떨어지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항공 수송에 대한 요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결국 차기 공중급유기에서 수송능력의 비중을 높여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내부 공간도, 수송 능력도 더 나은 에어버스의 KC-30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진 것이다.

 

 물론 KC-30으로는 운용 가능한 비행장이 KC-767보다 줄어든다는 보잉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미 공군의 공수 개념이 일단 ‘허브’라 할 시설 좋은 공항까지는 대형 제트수송기가 가고 그 다음의 야전 비행장으로는 C-130 같은 전술 수송기가 실어 나르는 방식이 일반적이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보잉도 KC-30과 경쟁할 와이드 바디의 보잉 777이 있으니 이걸 기초로 KC-777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초기에 ‘KC-30은 너무 크니 KC-767을 해야만 한다’고 아주 강하게 밀어 붙인데다 공중급유기를 또 개발하자니 비용 부담이 크던 보잉으로서는 쉽게 KC-777을 제안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에어버스 KC-30의 공중급유 장면 CG. KC-30은 KC-45A라는 제식명칭을 받고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결국 수송 능력에서 점수를 더 딴 KC-30은 지난 2008년 2월 29일에 미 공군의 차기 공중급유기로 KC-45A라는 제식명칭을 받고 채택된다(KC-45A는 처음부터 정해진 제식명으로, 만약 KC-767이 채택됐다면 이것도 미 공군에는 KC-45A라는 이름으로 쓰였을 것이다). 앞으로 2013년부터 최대 179대의 KC-45A가 도입될 예정인데, 그 액수는 350억 달러에 달한다. 보잉으로서는 엄청나게 속이 쓰린 이야기다.

 

 그러나 보잉으로서는 아직 완전히 끝장난 것은 아니다.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 숫자는 540대를 넘는 엄청난 숫자이다. 아무리 KC-45A의 수송 및 급유능력이 KC-135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해도 179대만으로 대체될 턱이 없다. 실제로 KC-45A는 현재 운용중인 KC-135시리즈 중 가장 구식인 KC-135E형만을 대체할 예정이고, 엔진 개량을 거친 KC-135R/T형은 조금 더 쓰다가 KC-Y라는 차세대 급유기 프로젝트를 통해 대체할 예정이다. 게다가 KC-135시리즈만이 아니라 KC-10A도 그리 머지 않은 장래에 대체되어야 하는 만큼, 보잉으로서는 보다 대형의 보잉777이나 787을 기초로 공중급유기를 만들어 ‘차차기’에 도전해볼만 한 것이다.

 

세계 시장의 승패는?
 일단 미국 시장에서는 에어버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다른 나라 시장,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현재 공중급유기를 가진 나라들은 KC-135나 보잉707을 개조한 KC-707이나 KC-137을 많이 쓰고 있다(KC-130, 즉 C-130을 급유기로 개조한 기체도 많이 쓰인다). 그 자존심 세다는 프랑스도 급유기는 KC-135인 실정이다. 그러나 에어버스의 A310을 개조한 A310 MRTT(급유기겸 수송기)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보급되어 있다.

 

 앞으로는 어떨까? 일단 KC-767은 이미 이탈리아와 일본에 도입되었지만 에어버스의 A310 MRTT나 KC-45A의 기반이 된 A330 MRTT도 만만치 않다. 오스트레일리아 공군이 이미 A330 MRTT를 도입했고, 아랍에미레이트,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등이 도입 예정이다. A330 MRTT는 미 공군이 KC-45A를 취소한다쳐도 다른 나라의 주문만으로도 어떻게든 유지가 가능한 실정이다. 게다가 이제는 ‘미 공군 채택’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으니 앞길이 훤해졌다.

 

 우리나라에는 무엇이 좋을까? 우리 공군도 좀 늦기는 하지만 앞으로 공중급유기를 4대쯤 도입할 계획이 있다. 어떤 기체가 후보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만약 사업 시작 전에 보잉767이 단종되지 않는다면 KC-767과 에어버스의 A330 MRTT가 경쟁할 것이다. 어차피 지금 서방측에서 도입할 신규 공중급유기는 사실상 이 둘 뿐이니 말이다(중고의 KC-135도입이나 중고 여객기 개조같은 방법도 있지만, 유지비가 엄청나게 들 것이다. 게다가 KC-135는 가장 새 것도 43년짜리가 아닌가!).

 

 일부에서는 조기경보기와 같은 보잉737 베이스의 공중급유기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737은 급유기로 쓰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은데다(KC-135도 보잉737보다는 크다) 개발비를 모조리 우리가 부담해야 하므로 논할 필요조차 없다. 게다가 우리가 급유기를 도입하면 그야말로 과로에 시달리는 C-130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장거리 수송능력도 필요하므로 최소한 KC-767크기는 되어야 한다.

 

 일단 KC-767을 하한선으로 잡고 사업을 진행한다면 KC-767도, A330 MRTT도 도입에 문제는 없다. 둘 다 우리 공군에 필요한 수준의 공중급유/수송 능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웃 일본이나 이탈리아도 KC-767의 성능에는 별 불만이 없고, 특히 일본은 해외 파병이나 긴급 구호물자 수송같은 장거리 수송능력까지 감안해 KC-767을 도입한 만큼 수송기로서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기왕 도입한다면 더 적재량 많고 체공시간 긴 기체를 원할 수도 있는 법이니 A330 MRTT가 더 점수를 받을수도 있다. 반면 기체가 상대적으로 작아 유지-운용이 편리한 KC-767이 점수를 받을수도 있다. 결국 공군에서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갈리겠지만 어느 쪽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 에어버스의 A330 여객기를 기초로 한 A330 MRTT의 모습

 

 유지보수의 문제는 어느 쪽도 큰 문제는 없다. 어차피 둘 다 기본 베이스는 군용기가 아니기 때문에 전투기처럼 미군기와의 호환성을 고려할 필요도 별로 없고, 오히려 미 공군에 KC-45A로 채용된 A330 MRTT쪽이 미군과의 호환성은 더 높다. 하지만 KC-767도 이미 우리나라에서 민항기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애프터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그런데 이 ‘애프터 서비스망’을 따지면 A330 MRTT의 경우 그 베이스가 된 A330계열의 여객기가 우리나라에서 민간용으로 보잉767보다 더 많이 쓰이는 만큼(767은 아시아나만 7대, A330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계 25대!) 이 쪽에서도 누가 더 유리한지는 독자 여러분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일단 KC-767급부터는 뭘 사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필자로서는 기왕이면 좀 비싸도 미 공군이 채택했고 수송능력도 높으며 우리나라에서 이미 많은 숫자가 사용되는 A330을 기초로 한 A330 MRTT가 낫다고 생각하지만, 원래 장사는 불리한 상대와 하면 유리한 조건을 얻는 법이다. 미군 채용을 날려먹은데다 장기적으로도 급유기 시장에서 에어버스에게 밀리는 눈치인 보잉을 잘 구슬리면 의외로 유리한 조건에 KC-767을 도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개발비야 이미 일본과 이탈리아가 내 준 셈이니 우리가 돈 들일 필요는 없고…).

 

 러시아의 Il-78 수송기를 개조한 공중급유기를 불곰사업의 일환으로 들여오자는 이야기도 있는데, 실제로 Il-78은 수출된 숫자도 적지 않아 공중급유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공군의 KF-16이나 F-15K는 미 공군과 같은 플라잉 붐 방식인 반면 Il-78은 미 해군이나 러시아가 쓰는 프로브&드로그 방식이어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 붐 방식으로 개조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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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월간 플래툰 2008년 7월호/ 홍희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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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밀리터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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