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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0 [저격수의세계 - 19] 독일군의 저격전
‘열 번 위장하고 한 번 사격하라’ 원칙 준수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과 독일군 쌍방의 지휘관들과 일선 장교들은 피아를 막론하고 저격수의 좋은 표적이 됐다. 교전 중 무모하게 개활지를 통과한다면 저격수들의 멋진 사냥감이 됐다. 특히 장교들은 야전 위장에 소홀한 반면, 행동이 의젓하고 복장·휴대장비가 깔끔하며 부대를 지휘하기 위해 손을 흔들거나 몸을 많이 노출시키기 때문에 표적으로 적합했다.

 독일군의 저격전은 집요하게 전개됐다. 영국군 저격수이며 전사작가인 쇼어(C. Shore) 대위는 시칠리 전투 중 독일군 낙하산부대 저격수들에 의해 영국군 제51 하이랜드 사단의 1개 대대 전체가 꼼짝없이 당했던 사건을 목격했다. 당시 독일군들은 대량의 포격세례를 받고 피해가 속출했지만 600m의 거리에서 저격수들이 정확한 사격을 가해 왔고, 결국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영국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도 쇼어 대위는 독일군의 뛰어난 저격술을 목격하고 전사기록으로 남겼다. “두 명의 영국군 스나이퍼가 울타리에 잠복해 독일 부대에 저격하고 있었다. 한 명은 서 있었고 상병인 다른 사람은 울타리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이때 갑자기 바람을 찢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상병이 ‘억!’ 하고 숨 막히는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는 총에 맞았고 총탄이 철모 뒤쪽 머리를 관통했다. 깜짝 놀란 동료가 응급처치를 하려고 허둥대는 순간, 그도 역시 짧은 비명소리를 내며 전기에 감전된 듯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독일군 저격수가 똑같은 위치에서 두 명을 쏜 것이다. 한 명은 총탄이 철모를 뚫어 머리 뒤쪽까지 관통했고, 또 한 명 역시 머리가 관통돼 뇌가 파손됐다.” 쇼어는 영국 저격수들이 위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 저격수가 최소한 350m의 거리에서 머리를 명중시켰다고 기록했다. 그리고 독일군 전술은 노출된 표적을 쏘기 위해 원거리에서 울타리 후방으로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독일군의 저격술은 기만과 위장이 기본이었다. 저격수에게는 “열 번 위장하고 한 번 사격하라”는 기본원칙을 강조했다. 그들은 항상 위장복을 입었고 머리와 얼굴을 베일로 가리거나 철모의 특색 있는 윤곽을 제거하기 위해 그물망을 사용했다.

 연합군 저격수들은 삼베나 마대자루 같은 위장재료에 풀·나뭇잎·지푸라기 등을 붙여 덮어쓰고, 독일군들은 철사나 그물망에 자연 위장재료를 엮어 사용했다. 개활지에서 독일군은 위장 가림막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반원 형태로 철사로 뼈대를 만들었고 자연 위장재료를 붙였다. 가림막은 저격수가 개활지를 통과할 때나 침투시 사용했다.

 다른 형태의 개인 위장품으로는 풀과 잔디로 엮은 커다란 그물매트로 포복하는 저격수를 완벽하게 은폐시켜 줄 수 있었다. 매트의 덮개는 철사로 뼈대를 잡았고 이를 어깨에 착용한 저격수는 매트를 움직이지 않고 머리를 돌릴 수 있었다. 이는 포복간 전방을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이점이었다.

 저격수는 자신의 무기를 반드시 위장해야 했다. 소총은 때때로 여기저기 얼룩칠을 했고, 총의 개머리와 몸통 부분을 자연 위장물이나 삼베로 감쌌다. 망원 조준경과 쌍안경도 햇빛이 광학 렌즈에 반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렌즈 앞에 가로로 작은 구멍을 낸 종이를 씌웠다.

 전장에서 위장술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표적을 찾는 저격수들의 탐색기술도 발전했다. 독일군 저격수들은 전술적 기만과 교묘한 술책으로 적의 위치를 탐지하도록 훈련했다. 그것은 제1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에서 겪은 경험이었다. 적의 눈을 속이기 위해 프랑스와 영국군이 사용한 가짜 인형머리 때문에 많은 저격수가 오발탄을 쏘았다. 이제는 독일군도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인형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독일군은 모든 저격부대에 가짜 인형을 운용하도록 지시하고 적을 효과적으로 속이기 위해 인형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했다. 보다 세밀한 장치가 고안되고 도르래와 철사를 사용해 인형의 머리와 팔을 사람처럼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경우에 따라 소총을 인형머리에 맞춰 놓은 다음 긴 줄을 이용해 발사하기도 했다.

 보통 실전에서는 일반 저격병이나 관측수가 이러한 가짜 머리를 작동시키고, 잠복한 스나이퍼는 조준경으로 적진을 겨냥하다가 적이 미끼를 보고 총을 발사하면 그 위치를 찾아 즉시 반격을 가했다. 독일군은 전쟁을 수행하면서 훈련의 질뿐만 아니라 보병들의 강인함과 독창성으로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적수로 군림했다.

 하지만 많은 저격수가 동부전선에서 교활한 소련군 저격수의 기만작전에 속아 목숨을 잃어버렸다. 저격전은 상대방의 기술과 기만작전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 속고 속이는 전장에서는 누가 더 풍부한 상상력과 지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저격전의 승패가 좌우됐다.

 

국방일보(http://kookbang.dema.mil.kr/) 2008.06.10

<양대규 전사연구가>


Posted by e밀리터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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